중동 – 우리가 쓰면 우스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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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도는 유럽이 중심에 놓인 세계 지도입니다. 이 지도에서 한국은 ‘극동’에 있습니다. 대륙이 위와 같이 배치된 지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가 아니지만, 종종 이러한 유럽 중심의 세계 지도를 이미지로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극동’이나 ‘중동’이라는 말은 이제 자연스럽게 아시아의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적절한 표현일까요? 예를 들어 ‘중동(middle east)’을 지칭할 때 한국인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지방을 ‘중간에 있는 동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본래 ‘중동’이라는 말은 ‘극동(far east)’이나 ‘근동(near east)’이라는 말과 함께 한 벌을 이루는 용어로 영국에서 영국을 기준으로 가까운 동쪽, 중간쯤 되는 동쪽, 아주 먼 동쪽을 가리키는 말로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시아인이 이러한 표현을 쓰면 유럽인의 관점에서, 유럽인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을 언급해야 해서 아시아인이 쓰게 되면 우스워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영어를 직역해서 ‘근동’이라고 부르는 지방은 우리의 동쪽에 있지도 않으며, 우리가 무반성적으로 ‘중동’이라는 부르는 곳은 우리에게서 더 ‘멀리’ 있습니다. 의미론적인 모순입니다.

위 지도는 아시아/태평양이 중심이 되는 세계지도입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동쪽은 아메리카 대륙, 서쪽은 유럽/아프리카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위치를 우리로부터 가장 멀다고 말하고, 우리의 서쪽에 있는데도 우리의 동쪽에 있다고 말하는, 이 비주체적인 언어 습관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하긴 그 말들뿐만이 아닙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동양’이나 ‘서양’이라는 말도 우습다고 할 수 있지요. 지구는 둥글고, 계속 돌고 있는데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이란 말일까요? 방향이나 거리를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우리 자신을 중심으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동쪽도 아니고 서쪽도 아니며,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위치 같은 것을 말할 때 자기를 중심으로 상대적인 어휘로 말하다 보면 의사소통에 혼란과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그 위치를 나타내는 고유명사가 있을 경우 그것을 사용하면 됩니다. 아니면 동아시아, 서아시아와 같은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요.